[뉴스핌=김성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예금금리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유로존 단기 자금시장(머니마켓)에서 5000억유로 자금이 투자처를 잃고 유휴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머니마켓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주를 이룬다.
이들 자산은 주식 등 위험자산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 위험도 적어서 투자자들이 여유 자금(현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ECB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한 후 유로존 단기자금 시장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ECB는 지난 6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에 지급하는 금리를 0%에서 -0.10%로 내렸고, 지난달 이를 다시 -0.20%로 낮췄다.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시행되면 유로존 시중은행들은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마이너스 이자를 적용받는다. 즉 시중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줘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ECB가 빌려준 여웃돈을 시중은행이 현금으로 보관하지 못하게 막고, 기업과 가계에 대출되도록 유도해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단기 자금시장은 이러한 목적과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BI의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맡긴 자금을 인출해서 금고에 보관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이나 정부에 대출할 자금이 더욱 부족해져 유로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리플 A(AAA) 등급의 유로존 채권 수익률 커브. 단기채 수익률이 점점 하락하며 마이너스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BI)] |
국제신용평가사 앤드루 패런토이엔 신용등급 디렉터는 "단기 자금시장 펀드들도 (유동성 부족으로) 점점 자금 압박을 겪고 있다"며 "일부 펀드는 이미 투자자들 원금을 전액 상환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경기회복 목적으로 시행했던 ECB의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지 않았던 것도 단기 자금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르크 오스트월드는 "기업들은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며 "만일 기업들이 자금을 6개월 이상 묶어두기로 결정한다면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