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정책 당국이 다음 위기 발생 시 대응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경기 침체 시 금리 인하나 세금 인하, 연방정부 지출 확대 등 현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경기 회복을 견인했지만 이 방법은 다음 위기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금리가 제로 부근인데다 높은 정부 부채 수준과 예산적자 확대 우려 등으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진작에 나서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 위기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일본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경제가 시원치 않은 상황인 만큼 미국 정책 당국자들은 또 한번의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는 7년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2차 대전 이후 평균 확장 기간보다 16개월 더 길며 확장세가 10년을 넘긴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HSBC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는 구명정을 한 대도 갖추지 않은 원양 정기선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도 한 인터뷰에서 다음 위기 때는 정부의 대응 수단이 "평소보다 제한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코노미스트들 상당수는 다음 번 위기 때는 연준이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을 통한 위기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 정부 지출로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공화당과 정부 긴축은 경제에 추가 부담이 될 뿐이라는 민주당 간 팽팽한 이견을 해소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연방예산 적자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나 총생산의 2.4% 정도로 축소돼 재정적으로 약간의 여력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꾸준한 경제 성장 상황에서도 미국의 예산 적자 규모는 오는 2020년까지 3%를 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SBC 선임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킹도 "또 한번의 침체가 닥치면 전례 없는 속도로 예산 적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 총장은 모든 정책 대안들이 "간단히 들리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다음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에게 남은 방패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