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군 당국은 북한이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애초 추정한 노동급(사거리 1300㎞)보다는 무수단급(사거리 3000~3500㎞)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도 다음달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을 앞둔 발사시점을 고려했을 때 스커드나 노동미사일보다는 무수단급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5000km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 전동진 작전1처장이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군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평북 구성시 방현 인근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노동급 미사일보다는 무수단급 개량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며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 동향 지속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날 오전 설명에서는 노동급 또는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가 오후에 이를 무수단 개량형으로 번복했다. 한·미 군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 비행속도와 길이 등 제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미국 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군 당국이 당초 노동급으로 평가했다가 무수단급으로 정정한 이유에 대해 "비행 제원이 노동급 제원보다는 상회한 것으로 나와서 정정했다"며 "비행속도가 노동은 마하 9.5인데 그 이상으로 나왔다. 수치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속도는 마하 10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정보당국은 미국의 위성 자료를 정밀 분석해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기종과 제원 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은 지난해 액체 연료를 이용한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을 고려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실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체엔진을 적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체연료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현장 분석 자료를 근거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분석할 자료를 확보해서 토대로 검토한 결과"라고 답했다.
북한은 지난해 8차례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고체 연료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시험발사한 무수단급 탄도미사일이 새로운 유형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이 주관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공개한 적이 있고, 작년 8월에는 고체(연료) 추진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체 연료의 장점에 대해서는 "액체 연료는 주입할 때 (위성 등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고체연료 방식으로) 은밀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수단 고체연로 시험이 처음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은 드리지 않겠다"고 했으며 무수단급이지만 ICBM 기술을 시험한 걸로 보면 되느냐는 물음에도 "ICBM이 고체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지금 현재 우리 군이 이 정도 평가하고 있고 성공과 실패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내일 북한 측에서 내놓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김정일 생일(2월16일) 앞두고 김정은의 리더십을 부각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이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선전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우리는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13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ICBM인지 여부와 미사일 사진, 비행 거리, 최정점 고도 등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 김동엽 교수 "고도 550km면 이미 고각발사 증거"
군사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그동안 언급으로 보아 스커드나 노동급은 지금 발사 타이밍이 아니니 무수단급이나 ICBM일 가능성이 있다"며 "무수단을 개량한 ICBM 대리 엔진 시험발사를 위한 발사체일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신형 ICBM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발사시점에 대해 "처음에는 명분을 중요시하는 북한 입장에서 한미연합훈련 시기인 3월로 보았다가 최근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2월로 당겨질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미북 간에 말대말 기싸움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과 함께 북한에게는 자신의 문제가 트럼프에게 그저 중요한 아젠다가 아니라 시급한 아젠다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궤적과 관련해선 "탄도미사일은 미사일별로 차이는 있으나 발사거리별 궤도특성은 유사하다. 통상 사거리의 1/3~1/4수준이 최고 고도로 타원형 궤도를 그린다. 기자의 고각발사이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답을 못한듯한데 500km 사거리에 기본이면 고도는 125km이니 550km 자체가 이미 고각발사 증거"라고 분석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550여 ㎞로 올라가 500㎞를 비행했으며, 평안북도 구성의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정동 쪽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상에 낙하했다.
그는 "탄도미사일은 탄두가 추진체와 분리될 때 그순간 최종자세각이 중요하다"며 "최초 수직발사 후 차츰 기울어져 상승하는 단계에서 통상 30~5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겠고 그래야 엔진이나 전체적인 메카니즘에도 무리가 없다. 그 범위에서 사거리대별로 탄도미사일이 개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런 게 없으면 미사일 한 개만 개발해서 전 거리를 다 쏠 수 있는 게 된다"며 "그러니 기본적인 궤적을 벗어나 상승단계에서 무리하게 고각으로 탄두를 밀어올리면 설계상 벗어난 하중으로 엔진에 무리가 오거나 비행자세가 깨지는 것이다.. 고각발사가 우리 그냥 활쏘기나 공던지기 같이 쉽게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여하튼 거리와 고도만 보면 ICBM은 아닌 것 같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정답은 내일 북한 발표나 사진 공개를 기대한다. 혹시 안하면 ICBM급이나 무수단을 이용한 시험발사가 생각만큼 좋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