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한층 엄격해진 총부채상환비율(신DTI)에 자금이 당장 필요한 실수요자나 서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장래소득 증가가 예상될 경우, 대출금액 증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 소득 상승 예상치를 계산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가계부채를 줄이는 기조 하에서 청년층만 대출금을 늘려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새로 도입한 신DTI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평가해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은 소득 산정시 일정 비율을 증액해 주기로 했다. 쉽게 말해 청년층은 빚 상환능력이 높다고 보고 대출을 더 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정책 의도대로 제도가 운영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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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래소득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현재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은행들이 장래예상소득을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40세 미만 근로소득자의 경우 60세까지 근속한다고 가정하고 그 기간 동안 평균 급여 상승률을 감안해 계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령에 따라 가산되는 금액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10~20%정도 소득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그만큼 소득이 오르니 대출 가능 금액도 그정도로 올려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공식이 현실에 들어맞는가다. 공무원처럼 정년이 정해진 직업은 근속을 가정하고 미래 소득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일반 기업면 정년이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는 소득 변화도 큰 만큼 소득 산정은 더 어렵다.
금융당국은 일단 신DTI가 도입되면 금융회사 자체 고객정보 분석을 통해 자율적인 증액 기준을 마련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은행들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미래 소득을 산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공무원처럼 정년이 정해진 직업은 어느정도 계산할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나 일반기업 종사자는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히 계산하기가 어렵다"면서 "아마 은행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미래 소득을 계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8%대로 유지하자는 상황에서 청년층만 대출금을 늘려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DTI의 원래 도입 취지는 소득에 따라 더 빌려주거나 덜 빌려주는 것인데, 대책 발표를 보면 신DTI가 마치 대표적인 대출 규제책인 것처럼 제시됐다"면서 "대책 방향 자체도 덜 빌려주자는 상황인데, 과연 은행에서 청년층의 소득을 감안해 더 빌려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주택자 대출을 조이기 위해 도입한 신DTI영향으로 청년층 등 서민계층의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통계청과 얘기해보니 직업별 근속연수 등의 데이터가 있다고 하더라"라면서 "일단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소득을 산정토록 하지만, 최대한 직업 특성을 반영해 정확한 장래 소득이 평가될 수 있도록 금감원에서 통계청 데이터를 은행에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