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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년여만에 개정된 '청탁금지법'에 엇갈린 반응

기사등록 : 2017-12-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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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권익위 결정 존중…농어민 현실 반영한 결과"
국민-바른 "'김영란법' 누더기 될라" 한 목소리 비판
한국 "농축수산물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해야"

[뉴스핌=조현정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1일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선물비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은 13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익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농어민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은 법안 정착이 되기도 전에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권익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상한액 완화 수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전경 /이형석 기자 leehs@

◆ "경조사비 상한 줄인 것 잘한 일" vs "법치 혼란 정부 스스로 자초해선 안돼"

민주당은 짧게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구두 논평을 통해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현실적인 결정"이라며 "경조사비 상한을 줄인 것 또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결정이 자칫 입법 취지 퇴색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하며 향후 우리 사회의 투명한 시스템이 정착되는 그 날까지 구성원 모두의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영란법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양 당 대표는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시행령 규정의 예외를 자꾸 인정하다 보면 김영란법의 실효성이 떨어져 결국 누더기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청탁 받는 자들, 청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 청탁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수구이자 적폐"라며 "농축수산업을 살리는 것이 명분이라지만, 이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의 상한액은 사실상 10만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직자에게 하는 선물은 무조건 10만원씩을 해야 되는 풍조가 될 것을 염려한다. 김영란법의 목적은 청탁이 될 수 있는 상대방에게는 '선물 아닌 선물'을 안 해도 되는 사회, 청탁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선물 아닌 선물'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은 그런 정신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하향한 것은 환영한다"며 "선물비 상향 조정은 농축수산업계의 고충을 생각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이 공직사회에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선물비 상향 조정이 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격앙된 반응을 보인 곳은 바른정당이었다. 유승민 대표는 "더 이상 예외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선물의 경우 농축수산물만 상한액을 수정하고 경조사비에서 화환과 조화는 현행 안(10만원 한도)을 유지하도록 한 '예외 조항' 때문에 법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의원도 "아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질됐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의의 원칙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국가 청렴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총리 몇 마디에 청렴의 기준이 바뀌고 보름 전 부결된 안을 재차 밀어붙이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유 대변인은 "농림축수산인을 헤아린다면 음식업계, 모래는 꽃·떡·케이크 등 중소상공인을 헤아려야 하고 외에도 헤아릴 국민이 많다"며 "법치의 혼란을 정부 스스로 자초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정의당도 경조사비 가액을 5만원을 낮춘 것은 바람직하지만 선물에 예외 규정을 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농축산 업계가 입는 타격에 대한 보완책은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서서히 적응해 가는 상황에서 법안 자체를 흔드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며 "보통 국민들에게는 기존 청탁금지법상 가액도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을 핑계로 국민 염원을 뒤로 물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자체 김영란법 대책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개정을 독려해왔던 한국당은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힌 가운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10만원을 초과하는 높은 가격의 농축수산물에 한해서도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며 개정안보다 더 나간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TF 팀장을 맡은 이완영 의원은 "근본적으로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농축수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던 만큼 정부와 여당이 정무위 계류 중인 농축수산물의 청탁금지법 적용 제외 개정안 처리에 조속히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늦게나마 농축수산인들에게 판매 기회가 늘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인삼·한우·전복 등 고가 상품을 혜택을 보지 못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식사비도 현행 3만원이 유지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어려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정부, 김영란법 시행 성과 자평…적절성·형평성 문제 제기는 계속

개정안을 두고 이처럼 적절성과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권익위는 추가 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김영란법 시행 성과를 자평하고 있지만, 시행 1년 만에 제한을 완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패 척결'이라는 법 취지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농축수산물 선물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고, 경조사비를 10만원에서 5만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논란은 농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2배 완화된 것이다.

또 농축업계가 10만원 상향에도 선물 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만족하지 못하는 데다 형평성 문제를 들어 다른 업계의 상향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당수 국민들은 3·5·10 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물 상한액에 대해 일반 국민 61.4%, 공무원 67%, 공직 유관단체 70.7%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또 최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경조사비 상한액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고 농축수산품과 화훼에 한해 각각 선물과 경조사비를 10만원까지 허용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CBS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청탁금지법 '3·5·10 규정' 개정안에 63.3%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조사비 규제를 강화한 결정은 부패 근절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한도를 늘리는 것이) 법 자체에 의미가 없다.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13일 입법예고한 권익위는 내년 설인 2월 14일 대목을 앞두고 개정 시행령이 발효되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밟는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5일까지 24일간이다. 권익위는 내년 2월 설 연휴 전에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입법예고에 이어 차관회의, 국무회의, 관보게재 등 후속 절차를 1월 중후반까지는 완료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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