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세계 2위의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과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올해 초호황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예상보다 빨리 추격해 오기 때문이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공장증설 및 차세대 제품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해 1분기 마이크론이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를 5.3%포인트로 좁히는 등 맹추격해 와서다.
우선은 생산물량 확대를 위한 공장증설(청주, 중국 우시)과 연구개발(R&D) 활동을 강화해 차세대 제품개발(10나노미터 중반 D램, 96단 3D 낸드플래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비상경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K하이닉스 한 관계자는 "서버를 중심으로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초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내부에서 위기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낸드플래시는 아직 마이크론 대비 기술력이 떨어지고, D램도 과거보다 기술격차가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14년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해 D램 시장 3위에 오른 뒤 수년간 SK하이닉스와 D램 시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여왔다. 2015년 4분기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가 9%P까지 났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20%대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올 1분기에는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5.3%P까지 좁히는데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17년 1분기 7.7%P, 2017년 2분기 5.7%P, 2017년 3분기 7.7%P, 2017년 4분기 7.9%P, 2018년 1분기 5.3%P으로 조사됐다.
마이크론은 올해 1분기(2018년 회계연도 2분기) 실적으로도 매출 74억달러(한화 8조1156억원), 영업이익 37억달러(한화 4조578억원) 등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7.5%, 전분기 대비 8.8%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8.3%, 전분기 대비 15.6%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마이크론과 격차를 벌이기 위해 주력 제품인 20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초반 D램과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능력을 확대하고, 10nm 후반 공정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10nm 중반 D램과 96단 3D 낸드플래시 양산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청주 공장(M15)과 중국 우시 공장증설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 재무담당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서버용 D램이 당분간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미래 성장 기반인 청주 M15와 중국 우시 공장의 확장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시장 수요에 적기에 대응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마이크론은 올해 10nm 중반 D램 및 96단 3D 낸드플래시의 개발과 동시에 10nm 후반 D램 및 64단 3D 낸드플래시의 비중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싱가포르에서 가동 중인 낸드플래시 공장 외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D램은 일본에 있는 히로시마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현재 64단 3D 낸드플래시(256GB TLC 기준)를 업계에서 가장 작은 칩 사이즈로 구현, 향후에도 기술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대와 점유율 확대를 목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마이크론의 전략은 기술을 통한 생산과 수익성 개선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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