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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원칙’ 강조한 김정은…‘비핵화’ 언급 안한 진짜 이유

기사등록 : 2018-09-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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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비핵화' 내용도 문 대통령이 발언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 안해 실효성 떨어진다" 우려도
청와대 "영변 핵시설 폐기, 핵 불능화의 실천적 단계에 돌입한 것"평가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자주 통일!”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차를 타고 평양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할 때 평양 시민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자주통일"을 외쳤다.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자주(自主)’다.

회담 첫날인 지난 18일 환영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자주와 판문점 선언의 계승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지만 북과 남이 손을 맞잡고 뜻과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갈 때 길은 열릴 것”이라면서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선언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19

'비핵화' 언급 안한 김정은...전문가 "먼저 꺼냈다가 美 수용 않을 땐 진퇴양난 걱정했을 것"

19일 채택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만 언급했을 뿐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리지 않았다.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발표됐음에도 이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 사찰에 합의했다. 매우 흥미롭다”고 했을 정도로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였음에도, 김 위원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 방안이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나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 여부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만약 미국 측에서 김 위원장이 내세운 비핵화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김 위원장으로선 매우 난감한 처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중재자인 문 대통령의 입을 빌려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양국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정도로 비핵화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만약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그 구상을 밝히지 않는다면 선언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2018.09.19

 ◆ 北 의도 놓고 공방 가열..."보유 핵에 대한 언급 없어" vs "핵물질 개발 않겠다는 의지 표명"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선언문 발표 후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을 언급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이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구체적인 핵 리스트 신고·제출은 고사하고 과거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그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그러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고작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한다는 것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반면 정부는 평양공동선언문에서 언급된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핵 불능화의 실천적 단계에 돌입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영변 핵시설은 북한의 가장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핵 시설"이라며 "이를 불능화한다는 것은 앞으로 신규 핵물질을 생산하거나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특히 “현재 핵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북미간 대화 진척에 달려있다"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교환을 지켜보고 있다. 2018.09.19

北 선전매체, 잇따라 '자주' 강조..."美에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겠다는 의미"

한편 남북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북한 매체들은 연일 ‘자주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주변환경과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고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역사적인 평양상봉의 나날 남측 성원들에게 자기 민족을 반대하는 국제공조란 있을 수 없다고, 우리는 우리 민족을 위한 공조를 해야 한다는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자주원칙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요구와 제재에 연연하지 않고 남과 북이 주체가 돼 남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핵리스트 공개 등 강력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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