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헌정 사상 최초로 피고인석에 앉게 된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은 “모든 것이 근거 없고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고,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은 “형사범죄에 이를 정도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9일 오전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62·12기)전 대법관들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약 70여분에 걸쳐 330쪽 분량의 공소장에 적힌 피고인들의 혐의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이 추후 인부의견을 밝힌 뒤 자세하게 밝히겠지만, (공소사실은) 모든 것이 근거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 전 대법관 역시 “개별적인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사실관계, 법리적 쟁점 일체를 다투는 취지”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mironj19@newspim.com |
고 전 대법관은 미리 적어온 입장문을 통해 재판에 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법원의 형사법정에 서고 보니 말씀을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재판부에게 부담을 주게 돼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고 전 대법관은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비록 부족함이 많았지만 34년간 법관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절제된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특히 법원행정처장 재직시에는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신념을 사법행정 주안점으로 삼았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보면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린 채 권한을 절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남용했다고 비난하고 있어 사실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마음이 참담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에 존재하는 긴장상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했던 노력을 부당한 이익도모 또는 반헌법적 재판 개입이라고 하고, 오해 여지가 있는 부분을 인사 불이익조치, 법관탄압이라고 했다”며 “제가 관여한 조치에 다소 부당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지라도 곧바로 형사범죄에 이를 정도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또 “사상 유례없는 이 재판에서 사법행정상 재량권 범위의 한계, 직권 범위와 남용 등 직권남용죄 성립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원칙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들이 특정 프레임이 씌워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며 갖게 됐을지도 모르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끝맺었다.
재판부는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단의 공소사실 인부에 대한 의견과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보충 의견진술을 들은 뒤 서증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좌)과 고영한 전 대법관(우)이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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