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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화, 미·중 무역전쟁에서 ‘대신 매맞는 소년’”

기사등록 :2019-06-12 17:39

[서울/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아시아에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 가장 많이 노출돼 취약성이 가장 큰 한국 원화가 이른바 ‘프록시 통화’로 대신 뭇매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원화가 ‘왕자를 대신해 매맞는 소년’(whipping boy)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곧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원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통신]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및 무역전쟁 확산 우려에 올해 들어 원화는 미달러 대비 6% 가량 급락하며 아시아 통화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돼 가는 듯 하던 미·중 관계가 지난달 돌연 악화되자 중국 위안화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인 7위안이 뚫릴 위기에 처했고, 위안화 ‘프락시 통화’로 간주되는 원화는 달러당 1200원으로 2017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절하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로이터에 “추가 관세 공격이 이뤄지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이 더욱 고조되면 원화는 달러당 1250선을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공격을 넘어 기업 블랙리스트와 여행 제한 등 전방위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이러한 시나리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G20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ING 은행은 무역전쟁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올해 세계 무역이 0.2% 성장하는 데 그쳐,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에는 더욱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당국의 구두 개입과 달러화 매입을 통한 환시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인 달러당 1200원의 원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최근 한국 당국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에 특정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이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특정 수준의 환율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원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

지난 2015년 위안화 폭락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원화는 위안화 변동성과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15년 위안화 폭락 당시 원화는 1년 간 미달러 대비 15% 가까이 급락했다.

클라우디오 파이론 뱅크오브아메카타메릴린치 전략가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달러당 원화 환율 1200원이, 위안화 환율 7위안이 뚫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화웨이 때리기로 한국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하며, 2009년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하던 경상수지 적자도 줄었다.

게다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 주식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어 원화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 증시로부터 약 2조5000억원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갔고, KB증권은 MSCI 지수에서 중국 비중 확대로 인해 올해 한국증시에서 총 35억달러의 패시브 펀드 자본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수용적 통화정책을 내놓으면 한국 금융시장이 한 숨 돌리게 될 전망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원화와 증시는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미토모미쓰이DS투자의 선임 펀드매니저인 하시즈메 켄지는 “결국 시장은 무역전쟁 관련 헤드라인에 과잉반응했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화웨이 등) 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해서 5G나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부문은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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