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으나 생협 측이 단기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동원해 일부 카페를 운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 측이 “파업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학교 측은 사태를 방관한 채 추후 양측의 교섭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4일 서울대와 서울대 생협에 따르면 교내 음대 카페 ‘카페느티나무’와 137동 카페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었다. 서울대 생협 소속 식당 및 카페 노동자들이 전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음에도 영업을 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소속 노동자 114명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학생식당 등이 문을 닫았다. 2019.09.24. hakjun@newspim.com |
서울대 생협 노조는 △기본급 3% 인상 △명절휴가비 지급 △10년 근무해도 임금 인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기형적 호봉체계 개선 △휴게시설 및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이날에는 서울대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에도 돌입했다.
그러자 생협 사무처는 식권 판매원, 홀 서빙 직원 등 단기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교내 카페에서 음식을 조리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지난 20일 생협 소속 점장은 파업에 참여하려는 비노조 계약직 직원들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창수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파업 대상인 카페에 홀 서빙이나 식권을 판매하는 계약직 직원이 동원돼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파업을 무력화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위생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19일과 20일에도 두 차례 파업했다. 당시 파업에는 노조가 ‘하루 파업’임을 염두에 두고 일부 음식을 미리 조리한 덕분에 일부 학생식당에서 점심이 배식됐다.
생협 측은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협 관계자는 “노조가 정당하게 파업을 하는 것은 존중한다”면서도 “최소한의 음료 제공이 노조 파업을 무력화 시킨다고 하는 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내 구성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당한 범위 내에서는 가능하다”며 “학내 구성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역할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생협 점장의 불이익 언급에 대해서도 “파업 둘째 날 노조원이 아닌 직원이 파업에 동참해야 하는 줄 알고 있어 해당 점장이 ‘업무 지시를 이행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안내한 것”이라며 “협박이나 회유가 아니라 단순히 근무 관계를 알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업이 진행되며 노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학교 측은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측 입장은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며 “노조와 사측이 교섭을 진행 중이다. 진행 과정을 보고 차후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와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서울대 본관 앞에 단식 및 천막 투쟁에 나선다. 2019.09.24. hakjun@newspim.com |
노사 간 팽팽한 대립과 학교 측의 무대응 속에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분간 점심, 저녁 배식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일부 학생들은 학생식당이 문을 닫자 편의점에서 구매한 라면과 김밥 등으로 야외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학생은 학생식당 입구 ‘의견란’에 “다소의 불폄함이 있지만 노동자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힙내십시오”라고 적었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9일 제2공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67)씨가 사망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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