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지난 11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4.3% 급감하며 1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이후 6개월 연속 두자릿수 하락세다. 특히 수출 감소폭은 지난달(14.8%)에 이어 올해 들어 두번째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지난 8월 이후 4개월 연속 30%대 감소폭을 보이고 있는데다, 석유화학·제품도 10%대 감소폭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달엔 잘 나가던 선박이 62.1% 감소했는데, 대형 해양플랜드 인도가 취소가 실적에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은 지난 9월 삼성중공업에 드릴십 2척(1조192억원) 계약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액은 441억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4.3% 감소했다. 수입액은 407억3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3.0% 감소했다. 11월 무역수지는 3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94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지만, 흑자폭이 지난달(53억9000만 달러)보다 20억 달러 이상 줄었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수출액 증감 추이 [자료=산업부] 2019.12.01 jsh@newspim.com |
◆ 반도체 수출 30.8% 감소…잘 나가던 선박도 62.1% 급감
11월 수출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는 반도체(-30.8%)와 석유화학(-19.0%)·석유제품(-11.9%) 등 주력품목들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들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던 선박(62.1%)도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13개 주요 수출폼목 중 컴퓨터를 제외한 12개 품목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22개 품목으로 확대해도 전기차(87.8%), 바이오헬스(5.8%), 컴퓨터(23.5%), 화장품(9.9%)을 제외한 18개 품목에서 감소를 나타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30.8% 급감했다. 메모리 단가 하락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전년동월대비 여전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반도체 전체 물량 증가(데이터센터 서버 투자 증가·스마트폰 메모리 탑재 증가) 및 낸드(NAND) 가격의 점진적인 상승추세에도 불구하고, D랩 가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보기술(IT) 수요의 비수기 진입 등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도 10% 후반 감소세를 유지했다. 미중 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중국 등 역내 공급 증가, 자동차 등 전방산업 둔화 지속 등 영향을 미쳤다.
석유제품도 두 자릿수 감소폭을 나타냈다. 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정제설비 증설에 따른 경쟁 심화, 정기보수 증가 등에 따른 석유제품 수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잘 나가던 선박 수출도 한풀 꺾였다. 11월 대형 해양플랜드 인도 취소(7억2000만 달러)와 전년 대비 군함·플랜트 수출 부진이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석유 등과 함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1.4%)는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자동차 최대 수출 지역인 미국 내 한국 브랜드 점유율(8.2%)이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유럽연합(EU) 수출 급증(경차 및 친환경차 수출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 러시아 정부의 현지생산 유도 정책에 따른 대(對) CIS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1월 수출입 실적 [자료=산업부] 2019.12.01 jsh@newspim.com |
반면 13개 주요 품목 중 컴퓨터(23.5%)만 나홀로 선전했다. 서버·PC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낸드의 공급초과율 축소에 따른 단가하락세 진정 등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출 호조, 미국 추수감사절 성수기에 따른 노트북·태블릿PC 등 휴대용 컴퓨터 소비 증가 등 영향이다.
정부는 11월 수출 부진 주요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대외여건 악화와 반도체·석유화학·제품 침체 장기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다음달부터는 수출 감소폭이 점차 줄면서 내년을 기약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월 수출을 저점으로 감소세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 1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반도체·선박·자동차·석유제품 등 수급 개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완화 가능성, 기술적 반등효과로 내년 1분기 수출은 플러스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1월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 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12월부터는 수출 감소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이어 "어려운 대외 여건속에서도 신수출성장동력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소 수출기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다변화 등 구조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및 1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누적 수출물량 견조한 증가세…"日 수출규제 제한적"
하지만 누적 수출물량만 보면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1~11월 누적 수출 물량은 0.3% 증가했으며, 20개 품목 중 13개에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일본 수출이 두달 연속 10%대 감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1~11월 누적 수출 물량은 반도체가 6.2% 늘었고, 선박이 23.0% 크게 증가했다. 이외 석유화학(1.9%), 자동차(6.1%), 차부품(0.8%), 가전(1.1%) 및 바이오헬스(3.2%), 이차전지(4.9%), 화장품(3.7%) 등 신성장품목 수출도 증가했다.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수출 감소세가 지난 7월(0.0%) 이후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데다, 지난달(-13.9%)에 이어 두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2019년 대(對) 일본 수출입 동향 [자료=산업부] 2019.12.01 jsh@newspim.com |
11월 대(對) 일본 수출은 10.9% 감소했고, 수입 역시 18.5% 줄었다. 정부는 대 일본 수출 감소가 석유제품(전기차 보급 증가 등 일본내 수요 둔화), 일반기계(도쿄 올림픽 건설 특수 일단락 및 공작기계 수주 회복 지연, 차부품(자동차 수입 수요 감소 및 주요 거래처의 업황 부진) 등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수입 감소는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 투자 조정에 따른 반도체 및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와 관련한 중간재 수입이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불화수소 등 3개 수출 규제 품목(2.7억달러, '19 7~11월)이 전체 대(對) 일본 수입(190.7억달러, '19.7~11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수지(-11.1억달러)도 월별 수지(-10억~-20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산업부는 "10월 기준 우리의 대 일본 수출 감소(-13.9%)보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감소폭(-23.1%)이 더 크게 나타나 우리보다 일본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대 한국 수출 감소세가 지속 악회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7~9월 누적 우리의 대 일본 수출 감소(-7.0%)보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감소폭(-14.0%)이 크게 나타나 일본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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