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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훈의 리턴즈] 국민 펀드의 몰락

기사등록 : 2020-07-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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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홍승훈 선임기자 = "야반도주한 계주, 3년만에 검거" "평생 모은 곗돈 떼인 OO시장 영세상인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신문에 종종 등장했던 뉴스입니다. 한동네서 수십년 이웃으로 믿고 지내던 이에게 수억원을 떼인 상인들.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려고 십년 넘게 모은 돈을 날려 목숨을 끊은 사람들. 지금은 돈을 불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 다양해 곗돈 사기가 많이 줄었습니다만 사실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해도 곗돈 사기 한두번 당하지 않은 분 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번듯한 금융회사에서도 이런 사기극이 벌어집니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고들. 주인공은 달라졌지요. 계주는 자산운용사, 돈 떼인 이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 자산가들입니다. 여기에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사기극에 엮여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230여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사모펀드가 1만개에 달합니다. 안타깝지만 금융권에선 비슷한 사고가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던 '간접투자의 대명사' 펀드가 어쩌다 이런 신세로 전락했을까.
"한국의 자산운용업은 사실상 끝났다. 개인이 더이상 펀드에 돈 맡길 이유가 없어졌다. 패시브는 몰라도 액티브펀드는 일부만 남고 거의 사라질 것 같다." 요즘 운용사 관계자, 펀드매니저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말입니다.

어찌됐든 사람들은 예전처럼 금융회사를 믿지 않게 됐습니다. 최근 사태는 사모펀드에서 촉발됐지만 공모펀드 역시 갈 길 잃은 지 오래지요. 2000년대 중후반 설정액이 130조원을 웃돌던 주식형펀드(공모)는 지금 57조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작년말(72조원)에 비해서도 반년새 15조원이나 빠져나갔네요.

이 돈 다 어디로 갔을까. 20조~30조원 수준이던 주식예탁금이 최근 50조원에 육박합니다. 간접투자는 더이상 못믿겠다며 개인들이 직접 돈을 들고 시장에 뛰어듭니다. 최근 코로나 폭락장에서 주식을 샀던 상당수 개인들은 급반등 장세에서 꽤 짭짤한 수익을 거뒀을 것입니다. 몇년 묵혀도 한자릿수 수익률, 위기라도 한번 닥치면 수년간 벌어둔 수익을 한방에 날리는 펀드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유튜브 등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지며 기관과 개인간 정보 비대칭 문제도 사실상 해결됐습니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할만 하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직장이 없다면 몰라도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투자를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급증한 패시브자금, 빠르게 이동하는 글로벌자금 탓에 시장 변동성은 갈수록 커집니다. 대부분의 개인은 생업에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모바일이나 PC에 쏟아야 합니다. 이 얼마나 사회적 낭비일까요. 요즘 주식투자 안하는 대학생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심지어 중고생들조차 주식투자에 나서는 형국입니다.

학생이라고 주식해선 안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금융교육 수준은 낮은 편이지요. 그저 유튜브 등 채널을 통한 정보유통이 활발해졌을뿐 금융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조차 갖춰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세상과 산업의 변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이종산업간 융합과 합종연횡이 빈번합니다. 이 속에서 과연 주식 초보자들이 올바른 투자 가치판단과 선택을 지속해갈 수 있을까요. 혹여 손쉽게 번 돈을 한순간 탕진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요.

결국 자산운용업의 미래, 한국 투자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금융회사, 투자기관의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만이 답입니다. 소비자를 곗돈 넣는 사람 수준으로 인식하고 평균만 따라가는 안일함, 줄어들긴 했지만 뒤로는 다른 계좌를 만들어 자기 돈, 회사 돈부터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가 사라져야 합니다. 과거 사고를 쳤던 일부 특정 펀드처럼 브랜드만 믿고 한 곳에 자금을 쏟아붓는 비전문성도 여전히 경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도 잘 모르는 금융상품을 팔기에만 급급한 금융회사나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과 각성이 필요합니다.

금융 공교육의 보급과 안착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초등학교때부터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금융 눈높이가 높아져야 전문가들의 사기행각도 줄어듭니다. 사고를 친 곳에 대해선 선진국 수준의 격한 과징금 부과와 라이선스 회수 등으로 시장에 발을 못붙이게 만들어야 하겠지요. 이런 부분들만 개선돼도 금융 소비자는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더이상의 사회적 낭비 없이 국민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학업과 생업에 매진하게 될 것입니다.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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