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SK텔레시스 회장으로 있으면서 개인 골프장 사업을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와 관련해 당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학준 전 SK텔레시스 대표이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회장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자금대여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지난해 10월 6일 오후 SK네트웍스 본사의 모습. 2020.10.06 alwaysame@newspim.com |
그는 "대표이사였으나 사업과 관련된 마케팅·영업 부문을 주로 맡았고 경영은 최 회장님이 했다"며 "대여 사실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이야기해줘서 알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2009년 4월 당시 작성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제시했다. 계약서에는 박 전 대표 명의의 인감이 날인돼 있었고 SK텔레시스가 골프장 개발업체 앤츠개발(현 감곡개발)에 155억원을 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SK텔레시스는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고 'W폰'을 출시했으나 약 두 달 뒤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수익을 얻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검찰은 최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는 개인회사에 거액을 무담보로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도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155억원씩이나 빌려주면서 대표이사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걱정스럽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박 전 대표는 재차 "기억에 없다"고 했다. 다만 최 회장이 담보 없이 대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 "앤츠개발이라는 업체를 알고는 있었으나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서류를 가져오면 사인하는 구조였고 대표이사 인감도 회사 도장이라 재무팀에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SK텔레시스 자금 담당 직원은 대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어떤 경위로 대여했는지, 자금 집행을 의뢰한 담당부서가 어디인지, 대여 당시 왜 담보를 받지 않았는지 등 검찰 질문에 모두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최 회장은 지난 2월 구속된 후 약 2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따로 할 말이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수사는 지난 2017년 11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SK네트웍스의 수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됐다며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시작됐다"며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자 수년에 걸쳐 각종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120여명의 관련자를 소환했고 7~8년 전 일어난 시의성 떨어진 사실들로 결국 구속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운영하던 SK텔레시스 부도위기를 막기 위해 SKC로 하여금 936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유증)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유증 밖에 대안이 없었고 피고인은 이사회의 희생 요구에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검찰의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최 회장이 개인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개인회사를 이용해 개인 채무를 갚도록 한 혐의,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 신성장동력 펀드를 가장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차용으로 횡령의 불법영득의사가 없고 수개월 내 변제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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