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은 론스타펀드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판단 후에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편입 승인에 대해서도 "심사과정에서 사전 의견제시나 협의는 없을 것"이라며 "심사 범위도 과거부터 최근 제기된 문제까지 소급해 점검한 뒤 판단하겠다"고 제시했다.
◆때늦은 '산업자본 발언' 왜
그동안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기만 이를 외면해 왔던 김 위원장이 이처럼 뒤늦게 '산업자본 심사'를 들고 나온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우선 금융위가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난달 처분명령을 강행하면서 금융위가 발의한 법개정안에 대해 국회 정무위가 논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에만 저축은행법과 대부업법, 전자금융업법 등 10여개 법안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들은 올해 문제가 불거진 금융현안에 대해 개선책을 담은 시급한 법안들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에 발의한 법안들이 모두 금융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것들"이라면서 "국회의원 임기를 감안할 때 최소한 2월국회에서는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처럼 시급해지자 김 위원장이 뒤늦게 '산업자본 심사' 카드를 꺼내 들고 국회의 비유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락가락 태도에 금감원도 '어리둥절'
갑작스런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애초부터 금융위와 금감원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도 징벌적인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지난달 18일 처분명령 당시에도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산업자본 심사 우선' 발언에 금감원도 내심 불쾌해하는 반응이다. 산업자본 심사의 실무적인 책임은 금감원이 맡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과 금융위가 면피할 수 있는 수단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금감원도 그동안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심사를 사실상 끝냈으면서도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심사는 이미 끝났다"면서도 "구체적인 결과 발표는 금융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론스타 처분명령을 놓고 정부가 '먹튀'를 묵인했다는 여론이 악화되자 금융위가 금감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론스타 산업자본 여부 제대로 밝혀야
이에 대해 국회와 시민단체, 노조측은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산업자본 여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말대로 '징벌적인 매각'이 어렵더라도 론스타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당국의 기본적인 책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를 이유로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과 금융위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각종 의혹에 대해 명확한 심사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최근 불거진 일본 골프장과 특수관계사 196개와 관련 금융당국이 명확한 심사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편입에 대해 승인하더라도 연내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심사와 관련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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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트위터(@ys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