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최근 '플래시크래시(급격한 가격 변동)' 상황을 연출한 금 선물 가격이 1100달러를 뚫고 내려가면서 약세론이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제 금 시세를 좌우하는 투자심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이에 따라 금 시세가 급격히 반등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22일까지 금 선물 가격은 10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1996년 8월부터 9월까지 13일 연속 내림세를 보인 뒤로 20여년 만에 최장기간 약세 기록이다. 금 값은 이번 주 들어 5%가 빠졌고 올 초 대비로 8%가 내렸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금값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약세장을 기록하게 된다.
금 값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연내로 확실시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다.
22일자 배런스는 이같은 변수가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을 제출했다.
일단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재정여건 악화도 금 수요를 억누르고 있으며, 부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보다 스포츠팀이나 부동산과 같이 '생산적인 자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에서 연준 금리 인상이나 달러 강세에 대한 확신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금 시세 추가하락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전날 골드만삭스 상품분석 대표 제프리 큐리는 금 값이 온스당 100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분석을 제시했다. BCA 리서치는 중국 증시 급락이나 그리스 사태에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아직은 금 값 바닥을 결정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런스는 '투자자의 신뢰'에 따라 좌우되는 금과 일반 화폐 통화를 비교하자면, 통화정책 신뢰도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일반 화폐 가치 보다는 안정적인 실물자산 가치를 지니는 금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연준과 달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금 선물의 급격한 반등 기회가 열린다는 지적이다.
KKM파이낸셜 제프 킬버그가 이 같은 반등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는 대표적인 논자다. 그는 "투자심리란 원래 순식간에 변한다"면서 "약간의 안도 랠리가 나타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영국 시사주간 '더 위크'는 거시경제 상황이 암울해지거나 전문가들 예상대로 중국이 금 매수에 속도를 낼 경우 금 투자 분위기가 금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금협회(WGC)는 올 하반기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금 값이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이미 반영했으며 미국 변수에만 주목하다가는 더 큰 시장 그림을 간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