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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㊽] 마약 일상화된 '북한'

기사등록 : 2019-07-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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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헤로인 생산
호주 '봉수호 사건' 계기로 마약 제조·판매 드러나
2000년대 중반 북한 주민 사이서 필로폰 대량 유통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북한산 마약은 순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한국과 달리 전통적인 마약 제조로 유명한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제조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마약을 제조·판매하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대량 소비국이기도 하다.

◆마약으로 ‘외화벌이’

북한이 마약을 제조하거나 소비하는 원인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16년 발표한 ‘북한 주민의 마약 사용 실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북한 입장에서 마약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다. 북한은 1960년대 국가 차원에서 헤로인을 생산했고, 1970년대 들어 외교행낭을 이용해 이를 각국에 밀매했다.

이 같은 행태는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가 1990년대부터 주종 마약을 필로폰으로 전환한다. 헤로인 재배보다 생산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당시 미국이 세계적인 마약 밀매를 단속하면서 북한도 음성적으로 마약을 제조하게 됐다.

특히 2000년대 초 호주에서 발생한 ‘봉수호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마약 제조·판매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봉수호는 2003년 멜버른 서쪽 해상에서 150㎏의 헤로인을 밀반입하는데 쓰인 뒤 4일 만에 나포됐다. 이에 격분한 호주연방경찰은 선원들을 체포한 후 전투기를 이용해 3천500t급 봉수호를 격침시켰다.

알렉산더 다우너 당시 호주 외무장관은 “우리가 봉수호를 격침시켜 마약 밀매에 대해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말했다.

당시 호주 정부와 미국 국무부는 이를 두고 “북한당국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는 혐의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현재 북한에서 마약을 생산하는 지역은 3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시 상원군 소재 제약공장에서 필로폰을, 함경북도 청진 제약공장에서 아편 및 헤로인을, 함경남도 함흥 제약공장에서 필로폰을 생산하고 있다. 필로폰 원료인 에페드린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 주민, 마약 소비 가속화

북한에서 마약 소비가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체계 붕괴 및 의약품 부족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 아동들은 면역체계가 약하고 질병에 쉽게 걸리는데, 의약품이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값싼 마약을 투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의료장비가 노후됐거나 백신 및 항생제가 부족한 탓에 아동 질병률이 높다.

결국 북한은 1997년 전염병예방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안에는 황당하게도 마취제로 아편을 사용하거나 두통과 소화불량에 필로폰을 사용하도록 했다. 의료품은 부족하지만 마약은 풍부했던 북한으로서는 궁여지책이었던 셈인데, 오히려 마약 중독자를 북한 당국이 양성한 꼴이었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 마약이 보편적으로 유통된 시기는 2010년으로 추정된다. 앞선 보고서는 “2010년 이후 필로폰은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마약이 됐고 일정 기간 주춤했던 아편의 인기는 최근 국경 지역에서 활발히 소비되고 있다”며 “현재 북한 주민에게 필로폰은 별 것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다수의 조사 대상자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필로폰은 일상적인 인사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자택이나 한증탕(사우나), 기차, 상을 치를 때, 야간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감기, 두통, 복통, 대장염뿐 아니라 각종 장기 및 혈관 질환에 사용 한다”고 답변했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현재 북한 내에서 마약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평양시로 알려져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평양시 곳곳에서는 필로폰을 판매하는 일명 ‘소분집’도 다수 운영되고 있는데, 업주 대부분은 판매자이면서도 중독자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필로폰의 거래가격은 1g당 한화 약 1만70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마약 수요가 많은 평양시만 한화 약 3만5000원 이상이고 나머지 지역은 가격이 비슷하다. 한국의 마약 거래가격이 1g당 31만원임을 고려하면 적게는 18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보고서는 “노동 임금에 의해서는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도 마약은 (북한 주민에게)어느덧 일상으로 광범위하게 침투했다”며 “현재 북한 주민들은 구매력과 관계없이 마약의 위해성에 대한 정보가 없는 구조적 환경에서 그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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