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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과 코스피①-1] 글로벌머니 어디로(上)

기사등록 : 2012-09-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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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국채매입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본은행(BOJ)도 각각 추가 양적완화를 내놓았다. 주요 선진국들이 잇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돈보따리'를 풀자 글로벌 자금시장과 원자재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글로벌 환율 전쟁이 재연되고, 핫머니가 금과 신흥국 채권, 주식 등으로 쏠리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고용창출·경기회복 등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은 채 인플레이션 등 거품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스핌(www.newspim.com)은 소용돌이치고 있는 글로벌 자금시장을 진단하고, 국내 외환시장 및 주식시장을 전망한다.<편집자주>

[뉴스핌=김사헌 기자] 영국과 유로존에 이어 미국과 일본 등 이른바 'G4' 중앙은행이 일제히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곧바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래 신흥국으로의 급격한 자금 이동과 뒤이은 '안전'통화 지역으로의 자금 쏠림 등은 세계 경제의 금융 연계고리가 강력하게 형성되었으며, 이제는 이 같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글로벌 '공공재'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국제 기구와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자신들의 이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 이 자금의 일부는 일정한 채널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위기 이후 자금 흐름 변화에서는 선진국 간의 자금흐름이 일차적인 중요성을 지니며, 신흥국 등으로의 자금 이동은 중요성이나 규모는 크지 않은 반면 변동성은 극적으로 높아져 불안 양상을 보이게 된다.

위기 발생 전후로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크게 증가한 뒤 추가 유입 규모는 늘지 않고 있지만 유출입 규모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 위기 후 자본 흐름: "선진국 간 이동' 위주.. 신흥국  변동성 확대

과거에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단기 자본조달 시장과 외환시장을 통해 이동했다가, 위기가 발생한 뒤 개도국에서 선진국이나 안전한 지역으로 자본도피가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금융 위기에 이은 유럽 채무 위기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자금흐름은 '선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크게 흘러갔고, 여기서 손실위험이 부쩍 증가했다. 유럽은행들이 미국 모기지담보부증권(MBS)를 매입한 것이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럽은행들의 조달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것이 특징적이다.

※출처: IMF 보고서

선진국 간의 자금 이동은 유출입을 상계하면 순 흐름은 작은 편이지만 매우 큰 리스크를 수반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이런 흐름은 '대마불사'로 불리는 글로벌 은행들 소수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위험부담이 높다.

한편, 위기를 경험한 개도국이 외환보유액을 천문학적 규모로 쌓으면서 이들 경제의 저축이 선진국 외화자산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선진국의 중앙은행, 특히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파장은 신흥시장의 자금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통화정책 외에도 규제정책의 변화 역시 이러한 자금흐름에 큰 변동성을 유발하곤 한다.

이러한 최신 변화에 대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까지 모두 자신들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그리고 자본통제 정책 등이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거나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아시아 자금 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아시아 시장 내 전문가들은 양적완화로 인해 상당한 자본흐름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위험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또한 다수의 글로벌 전문가들은 과연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이들 위험 시장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다수의 아시아 자본시장이 자본 흐름의 왜곡이 가져올 위험을 감안해 자본통제 등 거시경제 정책을 구사할 수 있게 길이 열리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출처: IMF보고서


◆ 총성없는 '환율 전쟁'

한편, 선진국의 일방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통화 가치의 변동성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신흥국이 대외수출을 줄이고 내수경제로 전환하게 만드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이는 당연히 선진국에 유리한 정책이고 이 정책의 부담을 받아들여야 하는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세다. 총성 없는 전쟁이 전개되는 셈이다.

2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는 보호주의적 조치로, 글로벌 환율 전쟁을 유발하는 등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란 경고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만테가 장관은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곧 글로벌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을 보여준다"면서, 2년 전 연준의 제2차 양적완화(QE2) 이후에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자 브라질 헤알화를 비롯해 다수의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절상된 경험을 환기했다.

그는 미국은 유동성이 전혀 부족하지 않고 다만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면서, "미국이 수출 진작을 목표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만테가 장관은 연준이 구체적인 자산매입 기금의 규모나 원천에 대해 밝히지 않은 만큼 당장은 기대의 변화에 따른 위험 회피 감소와 야성적 충동 강화 정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게속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신흥국 수출은 물론 독일과 일본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미국 연준은 새롭게 무제한적인 모기지담보부증권 등의 매입 정책을 발표했다. 고용시장이 개선될 때까지는 계속 이러한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연말까지 연장된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통한 장기국채 매입과 함께 올해 남은 기간 약 850억 달러의 자산매입 효과가 기대된다.

연준의 정책 결정 이후 이번 주 BOJ는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10조엔 늘리고, 이 10조엔 중 절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국채를, 나머지는 내년 하반기까지 장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특히 BOJ의 정책은 엔화 강세를 억제하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던 일본 재무상은 "시의적절한 정책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유로존과 미국이 그렇듯 일본까지 대부분의 선진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가 된 기준금리의 명시적 조절 정책 기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자산매입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대책으로도 경기는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다만 증시와 채권시장 등 자산시장 가격을 지지하면서 경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으면서 나아가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자국통화 가치 약세를 추구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자산매입 정책은 사실상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가 제약을 받는 경제 여건에서 자국통화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서 더 많은 수요 풀을 끌어 당기겠다는 시도는 결국 교역파트너 국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일어서겠다는 정책인 것이다.

BOJ의 결정도 사실 일본 기업들의 엔화 강세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정책인 셈인데, 만테가 장관은 브라질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지난 2011년 7월 달러/헤알 환율이 1.52헤알의 고점을 기록하는 시점 전부터 시작해서 모두 500bp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현재는 환율이 2헤알 위로 올라선 상태다.


◆ 주요 IB 글로벌 환율 전망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매니저들도 달러화 표시 자산 보유 비중을 줄였으며, 유로존 위기 해결 조짐까지 강화되면서 달러 강세 전망에서 후퇴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위험선호 현상이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로화 자산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전망은 신중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지난 14일자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IB 딜링룸의 전망은 당분간 미 달러화가 양적완화 등의 효과로 인해 약세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IB는 엔화의 경우도 일본 당국의 시장개입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강세 폭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유로화의 경우 불확실성 감소와 미국 양적완화 등으로 크게 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기침체와 스페인 구제금융 가능성 등으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었다.

센터가 17일 현재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 환율전망에 따르면 달러/엔은 12개월 전망으로 점차 82엔 대로 올라서는 것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BNP파리바나 골드만삭스, HSBC 등은 72~75엔 대까지 하락하는 엇갈린 전망을 보이기도 했다.

유로/달러의 경우 1.24달러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아래로는 1.15달러, 위로는 1.40달러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펀드내니저들의 경우 달러 자산보유 비중을 줄이면서 달러화 강세 예상이 크게 줄어드는 특징을 보였다. 대신 이들은 엔화 강세 전망에 좀 더 힘을 싣는 특징을 보였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단행되기 전인 앞서 5일자 로이터 주요 환율 전망 서베이에서는 유로/달러가 1년 내에 1.22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달러/엔은 83엔 선까지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었다.

※출처: 톰슨로이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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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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